이글루스 | 로그인  


Day25 그리운 한국, 그리운 발리, 귀국

나는 발리한달일기의 마지막편을 쓰고 있고,
또 오늘은 다음 비행기표를 예약..
그러니까 다시 나갈때가 된거다.

이 블로그에 일기를 쓰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방문객이 10명인 이글루스 블로그.
네이버 블로그가 아니어서 보는 사람이 없어서 좀 아쉬울 때도 있었지만,
이제 보니 이게 더 좋은것 같다.
알아보는 사람이 없잖아..
편하게 내 맘대로 일기를 쓰면서 나름 막힌 마음을 해소했다고 할까? 위안이 되었다.

어제 존 스타인벡의 여행에세이의 문장 하나하나를 보고 난 불가능할 것 같은 벽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이 엉망인 일기로 만족해야할것 같다.
아니면,
페스트에 나오는 작가가 꿈인 공무원처럼
나 자신을, 아무 것도 없는 하얀 방에 하루에 몇시간씩 가두고는 몇년에 걸쳐 문장 하나를 만들어내도록 해야할지도 모른다.
지금 이렇게 산만한 환경에서는 아무 것도 되지 않아..

아무튼,
오늘은 마지막 날이다.
27일을 발리에서 보냈고 하루도 빠짐없이 쓴거 같은데 왜 마지막 일기가 Day 25가 되었지?
비행기에서 오고가고 시차가 생긴걸로 하자 그냥..
다시 되짚어보긴 어려워
담엔 제목에 날짜를 쓰는건 지양해야겠다.

시간이 그렇게 빨리 간다.

오늘은 사진이 별로 없다. 특히 내 사진..
장거리 비행할땐 얼굴이 너무너무 건조해지기 때문에
화장을 거의 안하는데,
그래서 쓸 수 있는 사진이 없다. ㅋㅋ



우리의 마지막날은
빨리 짐을 싸고, 점심 먹기 전에 마지막 기념품 쇼핑을 하는걸로 계획되었는데,
역시나 빨리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천원짜리 고젝을 타고 숙소 근처 마트에 가서 쇼핑을 했다.
초콜렛 몇개랑 발리 루왁커피 이런 소소한 것들만 담아왔다.



아, 우리가 매일 아침 먹은 것 소개.
호텔 조식이 없는 에어비앤비에선
이렇게 만들어 먹었다.
이 아침도 그립겠다.
난 한국에선 아침을 먹지 않는다.
주는 사람이 없어서...



안녕 빈땅.
정말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마셨던것.

점심은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호텔에 소속된 레스토랑에서 먹기로 했다.
구글 평점은 높은데, 겉보기엔 평범해서
안가려다가 시간도 없고 해서 갔는데
너무 맛있었음.



한국보다 비싼 딸기 주스는 꼭 먹어줘야한단다..
애야.. 그 딸기는, 발리에서는 고산지대에서만 조금 키우는, 그러니까 비싼, 여기서 먹을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 우리 아들은 아직 돈 개념이 없다.
해맑음..









샐러드 소스 진짜 맛있고
해산물 토마토 파스타 진짜 맛있고
알리오올리오 진짜 맛있음.
이름 공개.
리빙스톤 Living Stone








공항 가면서 마지막으로 거리 사진을 찍어본다.
아쉬워서.
이날 이때 정말 아쉬웠다.
중간에는 또 막 한국 빨리 가고 싶고 그랬는데..
이날은 왠지 돌아가도 날 기다리는게 없을 것 같았다.
하필 공항가는 길에
서핑 배우며 친해졌던 친구가 톡을 보내서는
발리에 한달 더 살기로 연장했다고 하는 것이다.
하.. 나도 그러고 싶어.
훨훨 날아서 자유롭게 발리에서 한 달 더 ㅎㅎ

그래 나는 원래가 이런 사람이었다.
어딜 오랫동안 나와도 집 생각 안나고 좀 더 있다 가고 싶고, 한국 음식도 하나도 생각 안나고.
타고난 역마살인가..
이번 여행에서는 그리운 마음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집 가려니 또 그게 아닌거다.

뭐가 날 기다릴까.. 하니
차 생각이 났다.
내 차가 지하 주차장에서 한달 동안 날 기다리고 있을건데.. 뭉클했다.
힘들때나 슬플때나 화날때나 기쁠때나 항상 똑같이
날 기다리고, 나 만나면 내가 하자는대로 다해주는 친구라서 애정이 각별하다.
배터리가 나간건 아닌지
누가 다치게 한건 아닌지
난 한 번도 그 친구 생각을 안했는데,
날 묵묵히 기다리고 있겠지.
가서 예뻐해줘야겠다.



발리 공항에
강렬한 추억으로 남을 서핑보드가 있길래 같이 찍어봤다.
도전해보길 잘했음
삶과 죽음의 경계.. ㅎㅎ



최악의 기내식
내가 정말 비행기 백번 넘게 탔을건데
저가항공 각종 동남아 아랍계 미국 등등 다국적의 항공 다 포함해서 여태 먹었던 기내식 중 가장 맛없었음

나 기내식 불평 안하고 잘 먹는 사람인데..
토할거 같아서 못먹음 ㅠㅠ








여기는 콸라룸푸르 경유지
그래도 돌아올땐 좀 수월했다.
PP카드로 들어갈 수 있는 공항 라운지
원래 아이도 돈을 25달러인가 받는데,
그냥 가서 물어봤더니 특별히 들여보내준다며.. 아들 공짜.
그래서 편하게 쉬었다.
나는 여기서 기진맥진 기대고 있었다.
긴장이 풀리고 온 피로가 쏟아져오나보다.




다시 비행기 타러..
우리가 탈 비행기는 항상 맨 끝 게이트인것 같은 느낌은 뭘까.

.
콸라룸푸르에서 한국 올 때는 좌석 지정이 잘 됐다.
좀 늦게 온라인 체크인 하면서
나름 머리를 써서 좌석을 잡았는데,
결론은 총 7자리가 우리거였다.
자리가 많이 남은 것도 아니었는데 행운..
난 네자리에서 담요 뒤집어쓰고 길게 누워서 갔다.



한참 자는데 깨워서 먹으라고 준 중간 간식.
역시나 맛없을걸 예상해서 와인을 한잔 시켰다.
아까 그 기내식을 먹을때 혈압 떨어질까봐 술도 없이 먹었더니 도저히 넘길 수가 없었거든.

말레이시아 항공 진짜..기내식 때문에 최악의 항공사로 기억하려 했는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남.

음료 뭐 먹을래 하길래
화이트 와인 플리즈 하는데..
승무원 언니가 인상을 쓰면서 하는 말이
‘하우 올드 아 유???’
진짜 공손하게 말한게 아니고 너 도대체 몇살인데? 장난하냐? 이런 느낌으로 물어봄 ㅋㅋ
첨엔 뭔 말인지 못알아들음..
상황에 맞는 말이 아니었기에
눈만 말똥말똥 하며 왓? 함
가만 있는 사람한테 시비조길래..나도 ㅎㅎ
몇 살이냐고 그런다..
ㅋㅋㅋㅋ 몇살이냐고?
내가 알아듣자마자 환하게 웃었을거다. 좋아서..
아무리 그지같이 후디 입고 누워서 자다가 부어서 일어났기로..
마지막에 술 살때 신분증 검사 한게 아마 8년전쯤이었던가 ㅠㅠ
웃으며 나이를 말하니 엄청 재빨리 술을 따라주심
아주 많이줌.



기쁜 마음에
내 얼굴이 지금 어떻길래 하며
뒤적뒤적 가방에서 폰을 꺼내서 기념 셀카를 한 장 찍었다.
말레이시아 항공..
고마운 항공사로 기억할게.
고객서비스 괜찮네..

뭐 그렇게 환해진 마음으로 귀국했다.

사람들은 자주 묻는다.
그렇게 많은 나라와 도시들을 가봤는데
어디가 제일 좋냐고?
어디서 살고 싶냐고.
나는 진심으로 주저없이 말한다 ‘서울’ 이라고.
나가 있을땐 향수가 전혀 없는데,
돌아오면 너무 좋다.
난 딱히 애국자도 아닌데 한국이 좋고 서울이 좋다.

서울에 딱 도착해서 느끼는 공기도 분위기도 좋고,
특히 나는 한국 사람들이 좋다.
적당히 사나우면서도 적당히 개인주의적이고
그러면서도 맘 속으론 남들한테 관심이 많고
알고보면 정도 많고
남을 많이 의식해서 체면치례도 잘하고 무표정으로 다니고 그러다 아는 사람 만나면 한없이 잘 웃기도 한다.
존 스타인벡이었음 잘 표현했을건데...

암튼 돌아와서 기쁘다.

마지막이라서 쓸데없는 말이 길구나.
담에 여행가면 또 써야지
말도 안되는 일기 ㅎㅎ

끝.







by 니나노 | 2019/04/25 00:49 | Bali 한달살기 | 트랙백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smallworld.egloos.com/tb/1132754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Hs at 2019/04/25 01:06
나 자다깼잖아 마지막블로그 담 여행지는어디니?
블로그보는데나도모르게계속웃고있음
남의 일기장 들여보는 느낌도들고
재밌어 쓰느라 고생했어 새로운 여행지 블로그 기다릴게

곧 보자 ㅋ
Commented by 니나노 at 2019/04/25 01:09
뭐야 알림이라도 걸어놓은거야? ㅎㅎ
다음 여행지는 이탈리아..
뭔가 파란만장할것 같은 느낌이와.
짧게 가려다가 일정 확 늘려버렸다. 애랑 고생 좀 할듯.
근데 멀었음 티켓팅만 일찍한거 ㅋ
막간을 이용해 제주도나 인도 간거 쓸까함
Commented by 은이 at 2019/04/25 09:29
전 길어야 1주일정도 다녀온게 전부다 보니.. 거의 1달이나 가면 어떤기분일까 궁금해집니다 +_+
저도 언젠간 장기간 여행을.. 꼭! 가 봐야겠어요! ㅎㅎㅎ
Commented by 니나노 at 2019/04/25 09:58
다들 시간이 없으니 쉽지 않죠. ㅠㅠ
이번 발리는 여행 아니고 한달 살기라서 해야만하는게 없어서 좋았던거 같아요.
그냥 쉬고 수영하고 동네 나가서 뭐 사먹고 이것만 ㅎㅎ
물론 아이돌봄이 80%라 사실상 여유는 별로 없었지만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